2022년 TSMC의 최대 매출원이 스마트폰에서 AI·서버로 조용히 바뀌었습니다. 그 뒤 회사는 "세계 최대 파운드리"라는 자신만만한 표현을 접었지만, 설비투자는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늘렸습니다.
TSMC — 지난 3년의 이야기
2022년 조용히 매출 1위 자리가 스마트폰에서 HPC(AI·서버)로 바뀐 뒤, TSMC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문장에서 "세계 최대 파운드리"라는 자신감 넘치는 표현을 슬며시 지웠지만, 동시에 설비투자는 3번 연속 상향하며 행동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습니다.
스토리
2022~2023년, TSMC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. 2023년 10월 실적 발표에서 경영진은 "지속되는 거시경제 약세와 더딘 중국 수요 회복으로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신중하다"고 말했습니다사실. 실제로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-4.5% 역성장했습니다(20-F FY2025, p.F-6). 그때까지만 해도 회사를 소개하는 첫 문장에는 여전히 "우리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의 지위를 창립 이래 계속 유지해왔다(possessed the largest capacity among the world's dedicated foundries)"는 자신감 있는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(20-F FY2023, p.16 부근).
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. 사실 변화의 씨앗은 그보다 1년 전인 2022년에 이미 심어져 있었습니다 — 그해 처음으로 HPC(고성능컴퓨팅) 매출 비중이 41%로, 스마트폰(39%)을 앞질렀습니다(20-F FY2022, p.18 부근). 2019년만 해도 스마트폰이 49%, HPC가 30%였던 회사가 3년 만에 뒤집힌 겁니다. 이 흐름은 2024년 51% vs 35%, 2025년 58% vs 29%로 갈수록 벌어졌습니다. 그리고 2025년 4월, 20-F에 처음으로 "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10% 기본관세를 발표했다"는 문장이 등장했습니다(20-F FY2024, Item 3 첫 리스크 항목) — 같은 달 실적 콜은 애널리스트 질문 대부분이 관세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.
회사는 이렇게 대응했습니다. 흥미롭게도 딱 이 시기(FY2023→FY2024 20-F)에 "세계 최대 파운드리"라는 문장이 "창립 이래 제조 능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(built a strong position)"는 훨씬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바뀌었고, 2025년 보고서까지도 되돌아오지 않았습니다사실. 반면 "7나노 이하 기술 리더"라는 문장은 5년 내내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습니다. 말은 신중해졌지만, 지갑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— 2026년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2026년 1월 $52~56B → 4월 "상단 지향" → 7월 $60~64B로 반년 만에 세 번 연속 올려 잡았습니다(Q4 FY2025·Q1 FY2026·Q2 FY2026 어닝콜).
그래서 지금, 경영진이 보는 미래는 이렇습니다. 2026년 1월 실적 콜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"이게 AI 버블 아니냐"고 직접 묻자, C.C. 웨이 회장은 "저도 사실 긴장된다"고 솔직하게 답한 뒤, 고객사와 그 고객의 고객까지 직접 확인했다며 "AI는 진짜다. 몇 년이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끝이 안 보인다"고 답했습니다사실. 2025년 2분기부터 2026년 2분기까지 최근 5개 분기 연속으로 회사는 스스로 제시한 가이던스를 "소폭 초과했다(slightly ahead of guidance)"고 명시적으로 밝혀왔습니다.
근거 1 — 사라진 문구, 새로 등장한 문구
→ "창립 이래 세계 파운드리 중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해왔다"
→ "창립 이래 파운드리로서 제조 능력에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"
이 완화된 표현은 FY2025(2026.04 제출)에도 그대로 유지됩니다사실. 반면 바로 다음 문장인 "7나노 이하 기술 리더"라는 주장은 5개년 내내 변하지 않았습니다.
20-F의 Item 3. 리스크 요인의 첫 번째 항목은 5년 내내 같은 주제("글로벌 정치·경제 위기")를 다루지만, 내용물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.
→ "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대만을 포함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"
이 신규 문단이 등장한 바로 그 달(2025년 4월), Q1 FY2025 어닝콜은 질의응답 대부분이 관세 관련 질문으로 채워졌습니다("So my first question is really very specific on the semiconductor tariffs...").
근거 2 — 어닝콜 톤 변화 (12분기)
⚠️ 이 점수는 정량 지표가 아니라 어닝콜 발언의 표현·확신도를 읽은 정성적 판단입니다. 25Q1(적색)은 관세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꺾인 지점입니다.
근거 3 — 가이던스 성적표
| 분기 | 가이던스(직전 콜, QoQ 중간값) | 실제(QoQ, USD 기준) | 결과 |
|---|---|---|---|
| 2023 Q4 | +11.1% | +13.6% | ✅ 초과 |
| 2024 Q1 | -6.2% | -3.8% | ✅ 초과 (감소폭 축소) |
| 2024 Q2 | +6.0% | +10.3% | ✅ 초과 |
| 2024 Q3 | +9.5% | +12.8%(NT) | ✅ 초과 |
| 2025 Q1 | -5.5% | -5.1% | ✅ 초과 (감소폭 축소) |
| 2025 Q2 | +13% | +17.8% — "exceeded guidance" 명시 | ✅ 초과 |
| 2025 Q3 | +8% | +10.1% — "slightly ahead" 명시 | ✅ 초과 |
| 2025 Q4 | -1% | +1.9% — "slightly ahead" 명시 | ✅ 큰 폭 초과 |
| 2026 Q1 | +4% | +6.4% — "slightly ahead" 명시 | ✅ 초과 |
달성률: 확인된 9개 분기 중 9개 초과 (100%) — 2025년 2분기부터는 회사가 직접 "가이던스를 소폭 초과했다"고 어닝콜에서 명시적으로 밝히기 시작했습니다. 전형적인 보수적 가이던스 관행으로 읽힙니다.
타임라인 — 지난 3년의 변곡점
HPC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추월(41% vs 39%) — 이후 한 번도 역전되지 않음. [사실] 20-F FY2022, p.18 부근
반도체 다운사이클, 재고 조정 장기화. 연간 매출 -4.5% 역성장(2019년 이후 최초 역성장). [사실] 20-F FY2025 p.F-6
트럼프 상호관세 발표. 20-F에 관련 문단 신규 등장 + 실적 콜이 관세 질문으로 도배. [사실] 20-F FY2024, Q1 FY2025 어닝콜
"세계 최대 파운드리" 자기소개 문구가 "탄탄한 입지" 수준으로 완화됨. [사실] 20-F FY2024
2026년 설비투자 가이던스 최초 제시($52~56B) + 애널리스트의 "AI 버블" 직격 질문. [사실] Q4 FY2025 어닝콜
설비투자 가이던스 2번 연속 상향($56B 상단 지향 → $60~64B), "에이전틱 AI" 신규 수요 언급. [사실] Q1·Q2 FY2026 어닝콜
아직 모르는 것
- "AI는 진짜"라는 경영진 확신이 2027년 이후에도 유지될지는 이 자료로 알 수 없습니다 — 다음 몇 개 분기 콜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지가 신호가 될 것입니다.
- "세계 최대" 문구가 왜 정확히 이 시점에 빠졌는지 회사가 직접 설명한 적은 없습니다 — 법률 검토 때문인지, 삼성 등 경쟁사 캐파 비교가 애매해져서인지는 추정(해석)일 뿐입니다.
- 설비투자 3연속 상향이 실제 수익성으로 이어질지, 아니면 감가상각 부담만 키울지는 2026년 하반기~2027년 실적을 봐야 확인됩니다.
다음에 확인할 것
이 글의 판단이 계속 맞는지 확인하려면 아래 세 가지를 보면 됩니다. 예측이 아니라 직접 확인해 볼 항목입니다.
- 스스로를 설명하는 표현"세계 최대 파운드리"라는 표현이 빠졌습니다. 기술 리더십에 대한 새 표현이 나오는지 보세요.
- 설비투자 가이던스말은 조심스러운데 투자는 공격적입니다. 둘이 맞춰지는 때가 오는지 보세요.
- CFO 가이던스와 결과분기마다의 전망을 이어지는 실적과 비교하세요.
이 글은 기업이 SEC에 제출한 공시와 어닝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리서치 요약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. 숫자와 출처는 원문 공시로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