푸케 CEO 취임 두 분기째에 ASML의 순주문이 53% 급감했고, 회사는 2025년 매출 시나리오를 철회했습니다. 12개 분기 중 신뢰가 가장 낮았던 시점입니다. 이후 낮춘 눈높이를 11분기 연속 맞추거나 넘겼습니다.
ASML의 지난 3년 — 위기, 그리고 다시 쓴 각본
공시 문장의 변화와 12개 분기 어닝콜의 어조를 나란히 놓고 비교했습니다. 2024년 10월, 신임 CEO의 두 번째 콜에서 무너졌던 자신감이 어떻게, 왜 되살아났는지를 따라갑니다.
2024년 하반기 주문이 반토막 나며 2025년 전망을 스스로 낮췄던 ASML은, 그 낮춰진 목표를 11개 분기 연속 정확히 맞히거나 웃돌며 신뢰를 되찾았고 — 이제는 AI발 수요를 등에 업고 2년 전보다 두 배 큰 분기 매출을 그립니다.
수주 절벽에서 기록적 분기까지
2023년 말에서 2024년 초, ASML은 순항하는 듯 보였습니다. 2023년 4분기 매출은 가이던스를 웃돌았고(€7.2bn, 가이던스 €6.7~7.1bn 상회), 2024년 1분기에도 가이던스 중간값을 정확히 맞혔습니다. 2022년 인베스터데이에서 제시했던 "2025년 매출 €30~40bn" 시나리오가 아직 유효했던 시절이었고, 어닝콜 어조 점수는 7~8점대(10점 만점, 자체 평가)로 안정적이었습니다.
그런데 2024년 4월 24일, 페터 베닝크에서 크리스토프 푸케(Christophe Fouquet)로 CEO가 교체된 지 두 번째 분기 만인 2024년 3분기(2024년 10월 콜)에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. 순수주(net bookings)가 직전 분기 €5.57bn에서 €2.6bn으로 반토막 났고, 경영진은 "상대적으로 낮은 주문 유입은 전통적 최종시장의 더딘 회복을 반영한다"(Q3 2024 어닝콜)고 인정했습니다. 결국 회사는 2022년에 제시했던 2025년 매출 시나리오(€30~40bn)를 낮은 절반인 €30~35bn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— 이 분석이 "최대 경고 신호"로 꼽는 가이던스 철회가 실제로 일어난 순간이었고, 어조 점수는 12개 분기 중 최저인 2점까지 떨어졌습니다.
회사의 대응은 말과 문서 양쪽에서 나타났습니다. 한 달 뒤인 2024년 11월, ASML은 새로운 캐피털마켓데이를 열어 "2030년 매출 €44~60bn" 이라는 훨씬 더 먼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단기 실적에서 장기 스토리로 돌렸습니다. 동시에 공시 문서에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— FY2023 20-F에는 없던 "예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(We face challenges to meet expected demand)"는 리스크 항목이 FY2024 20-F(2025년 2월 제출)에 처음 등장했고(20-F FY2024, p.77), FY2025 20-F에는 회사가 처음으로 리스크 항목 전체를 한눈에 정리한 "Overview of risk factors" 요약 페이지를 신설하면서 "AI 사용에 따른 리스크"까지 새 항목으로 추가했습니다(20-F FY2025, p.66). 회사 스스로도 불확실성을 더 적극적으로, 더 구조화해서 인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.
그리고 2025년 말,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. 2025년 4분기 순수주는 €13.2bn으로 12개 분기 중 최고치를 찍었고, 경영진은 이 분기를 "어떤 기준으로 봐도 기록적인 분기"(Q4 2025 어닝콜)라고 표현했습니다. 어조 점수도 9점까지 치솟았고, 2026년 1·2분기 모두 가이던스 상단을 웃돌며 그 기세를 이어갔습니다. 2026년 2분기 콜에서 제시한 3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€11~12bn — 불과 2년 전인 2024년 1분기 매출(€5.3bn)의 두 배가 넘는 수준입니다.
[해석] 제가 보기엔, 2024년 하반기의 "위기"는 사업 자체가 무너진 게 아니라 기대치 관리의 문제에 가까웠습니다. 회사는 목표를 낮췄지만 이후 11개 분기 연속 그 낮춰진 목표를 정확히 맞히거나 웃돌았습니다(자체 집계, 아래 성적표 참고). 다만 2025년 3분기 어닝콜에서 회사가 스스로 "2026년 중국 매출이 2024·2025년의 강세 대비 크게 줄어들 것"이라고 미리 경고했다는 점(6-K Q3FY2025 CEO statement)은 눈여겨봐야 합니다. 2024년의 각본 — 수요 둔화 → 가이던스 하향 → 시장 충격 — 이 이번엔 중국 매출을 축으로 다시 반복될 위험을 회사가 스스로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.
20-F가 조용히 인정한 것들
FY2023 → FY2024 → FY2025 20-F의 "Risk factors" 섹션을 문장 단위로 대조했습니다. 상위 3개 리스크(경쟁·경기순환성·제품 집중)의 서술과 순서는 3개년 동안 변화가 없었습니다 — 즉 "변화 없음"이 이 부분의 정답입니다. 변화는 신규 항목에서 나타났습니다.
FY2024 20-F (p.77): 새 리스크 항목으로 신설
[사실] FY2023 20-F 전체에서 이 표현은 검색되지 않으며, FY2024 20-F(2025년 2월 제출, 2024회계연도 실적 보고)에서 처음 독립된 리스크 항목으로 등장합니다.
[해석] 2024년 3분기 수주 절벽을 겪은 직후 제출된 보고서라는 점에서, 회사가 그해 실제로 체감한 수요 불확실성을 공식 문서에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.
FY2025 20-F (p.66): 독립 리스크 항목으로 신설
[사실] "artificial intelligence"라는 단어 자체는 FY2023(6회)·FY2024(7회) 20-F에도 등장하지만, 전부 성장 기회 맥락이었습니다. 리스크 항목의 제목으로 등장한 것은 FY2025가 처음입니다.
[해석] AI가 ASML에게 "기회"에서 "관리해야 할 리스크"로도 격상됐다는 신호입니다 — 마침 AI발 수요가 2025년 실적 반등의 핵심 동력이 된 시점과 겹칩니다.
[사실] FY2023·FY2024 20-F에는 없던, 22개 리스크 항목을 한 페이지에 나열한 요약 섹션이 FY2025 20-F 66페이지에 처음 등장했습니다.
[해석] 투자자에게 리스크를 더 체계적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로, 2024년의 시장 충격 이후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.
2점에서 9점까지
12개 분기 어닝콜의 준비 발언과 Q&A를 읽고 자신감 수준을 1~10점으로 매겼습니다. 이 점수는 정량 지표가 아니라 표현 분석에 기반한 상대적 추이입니다 — confident/strong/record 같은 표현과 cautious/headwind/push out 같은 표현의 빈도·맥락을 함께 고려했습니다.
분기별 자신감 점수
분기별 순수주(Net Bookings)
출처: 각 분기 6-K 실적발표자료 "Net bookings" 항목
낮춘 목표를 넘치게 채운 11개 분기
(2023Q4~2026Q1 결과 확정분)
(2024년 10월, 2025년 전망)
| 발표(콜) | 다음 분기 가이던스 | 실제 결과 | 판정 |
|---|---|---|---|
| 2023 Q3 | €6.7~7.1bn | €7.2bn | 상회 |
| 2023 Q4 | €5.0~5.5bn | €5.3bn | 부합 |
| 2024 Q1 | €5.7~6.2bn | €6.2bn | 부합(상단) |
| 2024 Q2 | €6.7~7.3bn | €7.5bn | 상회 |
| 2024 Q3 ⚠️ | €8.8~9.2bn (2025년 전망 €30~40bn→€30~35bn 하향) | €9.3bn | 상회 |
| 2024 Q4 | €7.5~8.0bn | €7.7bn | 부합 |
| 2025 Q1 | €7.2~7.7bn | €7.7bn | 부합(상단) |
| 2025 Q2 | €7.4~7.9bn | €7.52bn | 부합 |
| 2025 Q3 | €9.2~9.8bn | €9.72bn | 부합(상단) |
| 2025 Q4 | €8.2~8.9bn | €8.8bn | 부합(상단) |
| 2026 Q1 | €8.4~9.0bn | €9.3bn | 상회 |
| 2026 Q2 | €11~12bn | 결과 대기 | 대기 |
출처: 각 분기 어닝콜 트랜스크립트("We expect Q[n] total net sales...") 및 다음 분기 6-K 실적자료. 표의 "가이던스"는 해당 분기 콜에서 발표한 다음 분기 전망.
패턴은 뚜렷합니다: 2024년 3분기에 한 번, 연간 전망 자체를 낮춘 뒤로는 매 분기 가이던스를 정확히 맞히거나 웃돌았습니다. 이는 회사가 유난히 뛰어나졌다기보다, 한 번 크게 낮춘 눈높이를 그 이후 계속 지켜낸 "보수적 가이던스" 관행에 가깝습니다.
이 분석으로 답이 안 나오는 질문들
자료 출처
다음에 확인할 것
이 글의 판단이 계속 맞는지 확인하려면 아래 세 가지를 보면 됩니다. 예측이 아니라 직접 확인해 볼 항목입니다.
- 수주순주문이 한 번 53% 줄었습니다. 다음의 하락이나 급증을 보세요.
- 가이던스 기간회사는 기간을 늘리고 위험 공시를 구조화했습니다. 추가 변화를 기록하세요.
- 11개 분기 연속낮춘 기준을 11개 분기 연속 맞추거나 넘겼습니다. 이어지는지 보세요.
이 글은 기업이 SEC에 제출한 공시와 어닝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리서치 요약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. 숫자와 출처는 원문 공시로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.